반딧불이마을전전시
- 공연장
- 해안동2가 8-15번지
- 공연기간
- 2016.08.13 ~ 2016.08.23
- 관람료
- 무료
- 장르
- 전시
- 문의
- 032-778-8155

갤러리지오 2주년기념전\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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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마을전\r
장소 : 갤러리지오\r
기간 : 2016년 8월13일(토)-8월23일(화)\r
오픈 : 13일(토) 오후5시\r
문의 : 010-3783-592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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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인식의 깊이와 그 표현의 자유로움\r
-2016환경테마展, 반딧불이 마을展에 부쳐-\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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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미술평론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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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을 주우려/숲으로 가자/그믐밤 반딧불은/부서진 달조각/가자 가자 가자/숲으로 가자/달 조각을 주우려/숲으로 가자 - 윤동주의 반딧불-\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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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여름밤, 하늘에 노란 점을 수놓으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개똥벌레로 더 잘 알려진 반딧불이는 30여년 전만해도 여름밤 농촌 들녘 물가나 풀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젠 깊은 산골이 아니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청정환경의 대명사가 됐다. 여름밤을 까만 도화지 삼아 시를 쓰듯 그림을 그리듯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어릴적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존재하고 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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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반딧불이는 '지상의 별'이다. 전해오는 고사(故事) 중에 반딧불이와 관련된 것으로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 있다. 형(螢)은 개똥벌레를 말한다. 불 화(火)가 두 개 포함된 만큼 환하게 빛을 발한다는 의미다. 또한 반딧불이를 한자로 ‘형화(螢火)’라고도 하는데, 여기엔 불 화(火)가 세 개나 들어간다. 그만큼 밝다는 뜻이다. 혼란 속에서 질서가 더욱 의미가 있듯이 평범해 보이는 밤하늘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바꿔주는 반딧불이는 그래서 더욱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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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는 깨끗한 곳에서 사는 생명이다. 작가들이 표현하는 큰 주제인 반딧불이는 망가져가는 자연환경에서 건져 올린 구원과 희망, 성찰과 위로의 메시지로 치환된다. 특히 도시문명에 지친 현대인들,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 먹고 사는 문제에 절박한 사람들에게 작가들의 작품은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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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분야에 망라되어 있다. 표현방법 역시 다양하고 다면적이어서 오늘의 환경문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주제들이 매우 넓고 그 성찰과 접근의 방법이 다각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 작가들은 최근 우리가 처한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며 그것에 대한 경각을 주고 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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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에 관한 문제이다.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핵발전소 사고나 미나마타병으로 인한 피해를 다룬 글들을 보면, 그런 사고로 인해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겪는 고통도 함께 묘사되어 있다. 더불어 현대산업문명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환경 안에 갇히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것이 아닐는지. 우연이나 자연의 위력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매끈매끈한 인공의 자궁 안에 밀봉된 채로 안전하고 풍족하게 살다 죽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늘 우리가 꿈꾸는 삶이 아니겠는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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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덧칠한 그림처럼 납작납작해진 자신들의 세계 안에 처박힌 채 다 같이 행복해지자면서 무언가 더 폼나고 멋진 것을 향해 욕망을 고정시켜놓는다. 적어도 이론상으로 일체의 불합리나 우연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은 허락하지 않는 세계, 현대산업문명이 추구하는 이런 인공적인 세계는 살아있는 성스러운 세계의 반대, 즉 죽은 세계이다. 과거의 체르노빌과 지금의 후쿠시마는 우리가 속한 현대산업문명 세계의 실상을, 그것은 죽은 세계임을 우리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었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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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분칠한 문명의 얼굴이 벗겨져 추악한 파괴의 실상이 드러나고, 강과 바다, 호수와 사막이 포화상태가 되어 문명이 쏟아내는 쓰레기더미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을 때까지일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한 방울의 석유가, 한 덩어리의 우라늄이 현재의 이 문명을 떠받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에게는 얼마나 유예기간이 남아있는 것일까.\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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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하늘을 낮게 난다. 수천수만 년 그랬듯이 사뿐사뿐. 혹여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알지 못한 채. 너무나 작고 연약하고 애절하고 가여운 존재들이다. 그들을 살아갈 수 있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갖게 되는 희망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인식과 관련 작업들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