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는 희곡 <북극곰이 멸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일부를 다룬다.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 사라지기 직전, 사람들은 북극을 기념하는 전시 겸 축제를 벌인다.\r \r 기후 위기는 너무나 커다란 차원의 재앙이라 우리의 걸음은 작고 무력하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보인다. 거대한 재앙은 기후 위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삶 구석구석 녹아 들어있다. 종종 삶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재앙 같기도 하다.\r 하지만 우리는 결국 알 수 없는 세계와 내 옆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생을 긍정하고 만다.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으나 이 구질구질한 재앙 같은 삶이 벅차오르도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계속 살아내야 한다는 것도.\r \r 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도 우리와 북극곰의 삶은 계속된다. 끝까지 끝이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살아있기만 한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걸음이 멈춰있는 점이 아니라 선이 되어 나아가고 있다면.\r 그리고 우리가 그린 2차원의 직선은 3차원에서 원이 된다. 어디에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의미 없고 조금 고집스러운 걸음들이 모여 눈치채지 못할 만큼 거대한 원을 그린다. 이 사실이 작고 선한 마음 하나로 끊임없이 걷고 있을 사람들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버티고 있을 북극곰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