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전시
- 공연장
- 부연갤러리
- 공연기간
- 2024.09.25 ~ 2024.10.06
- 관람료
- 장르
- 전시
- 문의
- instagram@moon_spes

본 전시를 준비하면서 문지정 작가는 500m이하의 서태평양 심해에 서식하고 있는, 보통 10~30cm크기의 생명체인 유리해면과 조우하였다고 한다. 이 유리해면은 마치 코바늘 뜨기로 엮어놓은 듯한 격자구조의 가시표면을 지니고 있으며 기다란 천연수세미가 떠오르는 듯한 외양의 개체이나, 여러 개체가 무리져서 바구니와 같은 형태를 이루며 생존하고 있다. 그들이 이루고 있는 바구니는 주변의 타 생명체들과 상호주의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기에 매우 적절하게 진화되어 왔으며, 그로써 강인한 생명력을 확보하고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유리해면의 몸체가 부서질 수도 있는 심해의 환경에서 바닷물의 여과를 통하여 외부와 내부를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살아가는, 유연하고 강인한 생명체라는 점에 이끌렸다고 한다. 단순한 구조의 이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는 영구한 생명력이 경이로웠던 것이리라. 이 생명체가 지닌 표면의 격자구조는 문지정 작가에게 조형적 영감이 되었고, 이 생명체와의 조우는 인간의 상식과 상상의 한계를 벗어나 존재하는, 무한한 유기적 생명계와의 조우를 의미하게 되었다. 전시 출품작들을 통하여 그의 관심이 가시적 대상의 표면에 새겨져 있는 기본형태 즉 격자구조에 머물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이 생명체가 지닌 궁극의 형태, 형상의 본질로 이동해 간 흔적들을 따라 그와 함께 작품 속을 부유하며 심해로 동행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생명계의 경이로운 근원을 향한 작가의 끈질긴 추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된 것으로 짐작되나, 유리해면과의 조우로 그의 조형의지는 새로운 계기를 맞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오랜 세월을 뒤로하고 버티고 있는, 불변하는 영구성을 향한 탐구의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여정은 필연적으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생명계의 근원으로 귀착될 것이다. 문지정 작가가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갈 이 심오하고 신비로운 탐구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큰 보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r
- 전시 서문 중, 글:김재원\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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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4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