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가 아닌, 본질은 지역감정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를 ‘좌파 대 우파’,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규정하며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갈등의 밑바탕에는 단순한 이념 대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지역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 차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념적 차이보다 지역적 소속감이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역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고, 상대 진영을 향한 적대감도 깊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경험과 구조적 요인이 얽힌 결과다.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이런 지역감정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 지역에서는 탄핵을 정의로운 심판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적 대립이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탄핵 찬반이 아니라, 그 이면의 지역감정이 사회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감정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선거철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동원 방식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이념과 정책’이 아닌 ‘출신 지역’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탄핵심판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이제는 지역감정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이 아닌 정책과 가치 중심의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하며, 국민 개개인도 지역적 편견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핵 이후야말로 우리 사회가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